공자는 사람은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더지가 쌓아놓은 작은 흙덩이에 걸려 넘어진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는 작은 것들을 무시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어느 마라톤 선수가 완주를 하고 나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는 뛰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발 속에 든 모래 한 알’이라고 대답했다.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맞바람이나 가파른 오르막길 같은 큰 시련 때문에 완주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간의 불화, 내적 불만족, 신뢰상실 같은 작은 것들 때문에 주저앉아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겉으로는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느 신입사원이 3개월 만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회사는 임금도 높은 편이고, CEO의 철학이나 장래성도 확실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제발로 회사를 걸어 나가려는 것이었다. 사장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회사의 비전이나 장래성 같은 큰 조건보다도 같이 근무하는 동료 한 사람과의 관계가 그 신입사원의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비전이나 희망은 피부로 느낄 수 없지만 자신의 상사가 싫은지 좋은지는 뼈에 사무치도록 와 닿는다. 그런 이유로 구성원들 간의 인간관계가 좋은 회사일수록 실적도 좋은 법이다.
옛날 중국의 ‘백락(伯樂)’이라는 사람은 말(馬)을 감정하는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의 집에는 말을 감정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백락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천리마 같은 훌륭한 말의 감정법을 알려주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보통 말을 감정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누군가가 이유를 묻자 백락은 이렇게 대답했다.
“천리마 같은 명마는 드물게 나오는데다 값이 비싸서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대신 보통 말은 수요가 많고 매일같이 차는 사람들이 넘쳐나니 벌이가 좋다네.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보통말의 감정법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세.”
추리작가 코난 도일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가장 좋은 것은 조금씩 찾아온다. 작은 구멍으로도 햇빛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넘어뜨리는 건 오히려 작은 조약돌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내 좌우명이 되어온 말은 ‘작은 일일수록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는 것이다.”
작은 것을 소홀히 대하면 큰 것을 이룰 수 없다. 태산은 한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큰 산을 이룰 수 있고, 황하는 작은 냇물조차 받아들이기 때문에 큰 강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모두 이와 같다. 한 줄 한 줄 읽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나중에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도무지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한 자 한 자 집중하고 생각해서 써야만 한다.
시인 박노해는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야 한다.”라고 했다. 작은 일과 작은 옮음이 작은 차이를 만든다. 진보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 안상헌의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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