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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교육…5대 이슈로 번지는 ‘쇠고기 민심’

hanngill 2008. 6. 16. 03:39
경향신문

대운하·교육…5대 이슈로 번지는 ‘쇠고기 민심’

기사입력 2008-06-15 18:41 |최종수정2008-06-16 00:43 기사원문보기

15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의 촛불 행진이 마치 황금빛 물결처럼 길게 흘러가고 있다. 장시간 노출촬영. <김정근기자>

촛불시위가 ‘6·10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 소강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일부 예상을 뒤엎고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40여일간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 일대를 밝혔던 촛불은 지난 주말 여의도에 상륙했다.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수호’ 구호를 외치고 한나라당사 앞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촛불이 언론 문제로 확대되고 정치권도 직접 압박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이슈의 확산=촛불시위는 갈수록 확대·진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밤 촛불시위는 이전과 또 한번 확연히 구분됐다. 3만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후 여의도 KBS 본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KBS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던 다음 ‘아고라’ 회원 1000여명과 함께 “최시중은 물러나라” “공영방송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간 쇠고기 문제를 넘어 대운하·교육·공기업 민영화 등 다양한 이슈로 확장돼 온 촛불집회가 정부의 언론정책을 의제에 본격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정치권도 촛불시위의 대상이 됐다. 13일 자정쯤 시민들 1만여명이 한나라당 당사를 에워싸고 “한나라당은 해체하라”고 외치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동안 집회에서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 대한 비난 구호가 간헐적으로 들리긴 했으나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촛불이 한나라당사 앞까지 몰려간 것은 처음이다.

◇촛불의 상시화·다양화=100만 촛불 대행진이 진행된 10일 이후에도 촛불집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평일인 11·12일에는 3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13일은 3만명, 14일은 1만명, 15일은 1만2000명 안팎이 모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한용진 공동상황실장은 “퇴근길이나 하교 이후 부담없이 참가해 즐기다 가는 식으로 촛불이 일상화돼 자발적인 참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이 하나의 ‘유희’라는 문화 코드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13일의 ‘여의도 거리행진’은 시청~여의도간 8㎞를 걸으며 촛불시위가 4대문 밖으로 처음 공간이 확장된 사례다.

촛불시위도 주제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국민대책회의는 쇠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의료보험·공기업 민영화와 물사유화, 교육 자율화, 대운하, 공영방송 사수 등 ‘5대 의제’를 결합해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14일 노점상 집회 후,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집회 후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듯이 촛불집회가 매일 이슈의 용광로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비폭력’ 기조는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주말 시위는 일부 경미한 몸싸움을 제외하고 시종일관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횡단보도’ 시위를 벌이고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김다슬·유정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