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참사 현장 가보니.. "눈물나고 억장 무너져" | 2008-05-17 17:57 |
대지진 참사 현지에서 보내온 표언구 기자의 취재파일 |
기사로는 이곳 상황을 도저히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취재 기자로서 이런 경험은 세 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는 1998년 중.조 국경 취재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이른바 '꽃제비'들의 실태였고, 두 번째는 2005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때일 것 같습니다. 방송기자는 기사와 영상으로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데 지금 위성으로 보내는 방송 리포트로는 도저히 현장에서 내 눈과 귀, 코, 신체로 느끼는 참혹한 상황은 다 전달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영상으로는 내 눈이 목격하는 시신들의 참혹한 상황 붕괴된 건물을 다 보여주지 못 하고, 기사로도 시신썩는 냄새, 악취, 통곡하는 주민들의 절규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이곳 상황은 심각합니다. 심각하다 못해 취재하다 보면 몇 번씩이나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처음 피해 현장으로 찾은 '두장옌'에는 시신이 아무렇게나 거리에 놓여져 부패하고 있고, 파리가 그 진물을 빨고 있었습니다. 학생들 시신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아무나 와서 자기 자식인가 확인하느라 거적을 들어보고 시신을 막 만지는데.. 상처난 아이들 시체를 저렇게 방치하다니.. 시신을 동물 사체처럼 취급하는 데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건물 붕괴의 정도는 50만 인구의 도시 전체가 "완전히 못 쓰게 됐다"늘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50만이면 한국의 어느 도시 정도인가? 경기도 김포의 두 배나 되는 도시인데 마구 흔들려서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고 건물 사이 도로를 다니기도 겁날 정도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아직도 처음 말한대로 도저히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최고로 화가 나는 것은 가는 곳마다 학교가 다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오늘 간 '뤄수웨이'라는 마을은 중학교, 초등학교가 무너져 아이들이 몰살당했는데.. 수업중에 변을 당했는 지 아수라장이 된 교실에는 아이들 가방하고 필통, 그림책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칠판에는 예쁜 인형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또 한 번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딸 생각도 나고.. '쥐이안'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다 죽어서 "아예 아이가 없는 마을로 변했다"는 주민들의 절규도 있었습니다. 부실하게 지어진 학교 건물! 이 부분은 제가 따로 정리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한데.. 교육은 백년대계라고도 합니다. 좋은 나라 가보면 학교 건물은 다 돌로 견고하게 지었고, 이는 아이들에게 백 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인간의 도덕, 인간의 기본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학교를 이렇게 허술하게 짓다니! 어린시절부터 '부실'만 배우라는 것인지.. 피해지역 사람들은 이제 눈물도 마르고 악만 남은 것 같습니다. 민심 수습을 위해 원자바오 총리가 총대를 메고, 노구를 이끌고 전국을 돌며 방송 카메라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지만 그 정도로 자식을 잃은 이들의 분노를 삭히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곳을 취재할 때는 주민들 앞에 마이크만 갖다 대면 정부를 욕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관리들 부패 때문에 우리아이가 죽었다"고 '아이고 땜'을 놓는데 이런 상황 때문인지 어제(16일)부터는 현장 통제가 엄청 심해졌습니다. 정부 홍보매체라고 비판을 듣는 중국 관영 CCTV만 쉽게 현장을 누비고 다니고 좀더 현실을 취재해보려는 외신들은 공안에 떠밀리고 인민해방군에 제지당하는 느낌입니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국으로 도약한다지만, 지난 겨울 대형 폭설 때부터 이번 대지진까지 대형 재해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은 멀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 |||||||||||||||||||||||||||||||||||||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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