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인생/西醫學 Medicine

60조 세포의 생명력의 신비

hanngill 2007. 9. 12. 14:40
60조 세포의 생명력의 신비
임번삼
(농학박사 (주)세원 전부사장)
 
 
   자연계에는 35만종의 식물과 백여만 종의 동물을 포함한 수많은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데. 이러한 생명은 어떻게 유래한 것일까? 우연히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창조된 것일까?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 아니할 수 없다.
   생물학에서는 생명활동의 최소단위를 세포라고 부른다. 생물의 종류는 하나의 세포로 구성된 세균으로부터 60조의 세포를 가진 사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세포는 막으로 싸여 있으며, 원형질로 가득 차 있다. 그 속에서 여러 세포기관들이 갖가지의 생명현상을 협동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정보의 발현과 보존을 하는 DNA,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좀, 혈당과 지질을 합성하고 근육의 수축조절과 해독작용을 하는 막포체, 합성물질을 저장하는 골기체 등이 정교하게 생명현상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놀라운 정확성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연발생설의 아버지
   생명현상의 두 기본기능인 대사(代謝)와 복제(複製)는 각기 단백질과 DNA에 의해 수행된다. 이들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단백질은 DNA의 유전정보에 따라 합성되며, 단백질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의 생물학계에 보편화되어 있는 인식이다.
진화론자들은 자기증식능력이 있는 리보핵산에서 DNA가 만들어진 후(RNA world), 이 DNA로부터 단백질이 합성되었으리라고 추정하는데(DNA world), 이러한 가설은 많은 전제조건을 필요로 한다. 단백질과 DNA 두 물질 중 어느 것이 먼저 합성되었을까 하는 사고 자체가 진화론적인 사고를 전제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백질은 수많은 생리기능을 수행하는데, 단백질의 일종인 효소는 생명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천여 종이 넘는 이들 효소가 세포의 각 기관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기에 모든 생물은 질서정연한 생명현상과 각기 다른 자기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해한 일은 생명체가 죽게 되면 효소들은 그 순간부터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그 생물을 철저히 분해하여 밖으로 방출 한다는 사실이다(창3:19). 어찌 보면 전율스러우리만큼 무정스럽게 느껴지는 이들 효소의 본질을 단순한 물질의 영역에 머무는 존재로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생명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인류역사만큼이나 길다고 할 수 있다. 고금을 통하여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왔으나, 생명의 본질은 아직도 베일에 싸인 채 그 모습을 드러내기를 거부하고 있다. 고대 동양세계에서는 인간의 생명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하는 영혼불멸의 신앙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인도에서 생명을 의미하는 '아트만(atman)'은 산스크리트어로 호흡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의  혼백개념이나 맹자가 말한 기(氣)는 숨이나 공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기론(生氣論)으로 대변되는 그리스의 생명사상은 “생물이 생물되게 하는 원인(idea)이 바로 영혼" 이며, 이러한 영혼들의 차이에 의해 사람이나 동식물과 같은 전혀 다른 모습의 생명체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의 배후세계에는 질서적이며 참된 물리적 세계가 있으며, 그 속에 감춰진 참물질인 물 ·불 ·공기가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 만물의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이란 고유특성이나 내재특성이 아닌 단순한 물질의 배치에 의해 삶의 활동이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는 ‘동물학’ 이란 저서에서 건조하고 축축한 것은 동물을 발생시키며, 해저의 진흙에서 새우와 문어가, 풀잎이슬에서 반딧불과 꿀벌이, 진흙탕에서 뱀장어와 쥐가 발생한다는 자연발생설을 주장하여 훗날, 진화론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구더기가 파리를 발생시킨다”
   AD 2세기, 로마의 갈레노스는 영혼의 궁극적 본체인 우주질서로부터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생명이라고 하는 목적론적 생기론을 주장하였다. 이 설에 의하면 호흡에 의해 정기(精氣)가 생체 내의 동맥과 정맥 속으로 흘러 들어감으로써 생명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중근세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자연발생설은 창조론과 격렬한 학술논쟁을 야기시켰다. 탄산가스의 발견자인 헬몬트(1577~1644)는 나무열매에서 나방이, 호박에서 양(羊)이 생긴다고 했으며, 프랑스의 뷰퐁(1744~1780), 니이덤(1713~1781), 뿌셰(1800~1872) 및 라마르크(1744~1829) 역시 미세동물의 자연발생을 주장하였다. 이 같은 자연발생설은 그 후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결합되어 진화론의 핵심적 이론이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자연발생설에 처음으로 학문적 비판을 가한 사람은 레디(1621~1670)로, 그는 "곤충발생에 대한 실험"(1668)에서 구더기는 파리가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서 레오뮈르(1683~1757), 보네(1725~1799), 쉬뢰더(1810~1885), 스빠란짜니(1777)가 그 뒤를 이었다. 1861년 파스퇴르는 "자연발생설의 검토" 라는 불후의 명저에서 육즙의 부패가 미생물에 의한 것임을 발견하고, “생명은 생명에서 유래한다"는 생명속생설을 증명하여 2천년에 걸친 생명기원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하였다.
   그러나 중근세 유럽학계는 자연발생론에 집착하는 진화론자들의 반격으로 학술논쟁에 휩싸이게 되었다. 영국의 베스챤과 틴달 간의 논쟁은 파스퇴르의 아포설을 주장한 틴달의 승리로 돌아갔고, 파스퇴르와 니덤, 뿌셰 등과의 논쟁 역시 파스퇴르의 승리로 돌아갔다.
    프랑스의 데카르트는 정념론(情念論, 1649)과 인간론(1662)에서 생명을 단순한 기계로 이해하였는데, 훗날 라메뜨리의 '인간기계론’에 의해 생명기계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대의 아담’ 이라 불린 린네는 ‘자연체계’ (1735)와 ‘식물의 종’ (1753)에서 생물의 분류체계를 제시하였다. 고생물학의 창시자인 큐비에는 ‘동물계’ (1817)에서 라마르크의 후천획득형질의 유전이론을 비판하였으며, 생물계의 '변화하는 모습’과 '신의 질서’ 간의 상호 조화적인 설명으로 천변지이설을 주창하였다.
   이어서 슐라이덴(1838)과 슈반(1839)은 “세포는 모든 생물 공통의 구조와 기능의 단위체”라는 세포설을 주창했으며, 멘델(1822~1884)은 완두콩을 이용한 실험 결과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고 모든 유전형질은 모계로부터 유래함을 밝혔다. 19세기는 생화학의 등장과 더불어, 생명현상을 불가지론, 결정론, 유물론, 생명속생설 등의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