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내가 죽는다면 이렇게 해 달라.

hanngill 2014. 5. 5. 19:45

내가 죽는다면 이렇게 해 달라.


- 형규와 훤 두 아들에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자연그럽게 죽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기를 바라며 어떤 의사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현대의학은 생노병사에 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죽음이 다가오면 식음을 끊고 나의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그러므로 어떤 진통제나 마취제도 필요없다.
갈바에는 되도록 빠르고 조용히 가고 싶다.
회한에 젖거나 슬픔에 잠길 필요가 없으니 눈물 보이지 말고
오히려 자리를 함께 한 내 가족들은 마음과 행동에
조용함과 엄숙함 그리고 이해와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와 함께 나눠 주기 바란다.

죽음은 이 세상에 잠간 들리러 왔다가 되돌아 가는 과정인 것이다.

죽음은 무한한 경험의 세계로 옮겨감이요 다시 깨어남이라 생각한다.
삶의 다른 일들처럼 내게 다가오는 죽음을 환영해야 한다.

나의 죽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존엄한 Dignified Death 가 되기를 바란다.


어떤 장의업자나 그밖의 직업으로 시체를 다루는 사람이 이 일에 끼여들어선 안 된다.
내가 죽은 뒤 목욕이나 기타 어떤 절차도 없이 되도록 빨리 순면이나 마포로 된 옷을 입혀 침낭 속에 넣은 다음

평범한 나무관 속에 뉘기를 바란다. 목관 안이나 위에 어떤 장식도 치장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옷을 입힌 몸은 화장터로 보내어 조용히 화장되기를 바란다.

어떤 장례 절차도 필요 없다. 어떤 형식적인 장례의식도 필요 없다. 언제 어떤 식으로든
설교사나 목사등 직업 종교인이 주관해서는 안 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오직 가까운 가족만 모여서 마지막 보내는 영결식을 간단히 하기 바란다.

 

돈만 챙기는 어떤 병원이나 장의사나 장의업체를 이용하지 말라.

나의 존엄한 죽음이 돈 잔치로 바뀌는 바가지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라.

나는 내가 살던 집에서 오직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다가 가고 싶다.

가까운 친인척이외의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

올 때 조용이 왔고 살아 감에 조용한 것 처럼 갈 때도 조용히 흔적없이 자연으로 돌아 가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잘 해 주면 그만이고 내가 죽은 뒤에 돈 들여 치장하지 말라.


죽어서 고향으로 가는 것은 싫다.

내가 죽은 뒤 화장하여 그 재를 너희들이 기념할 수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산에 올라가서 바람에 날려 달라.

제주도 해안, 동해 해안. 백두대간 산이면 어디든.

영구히 개발의 여지가 없는 그런 자연속으로 되 돌아 가고 싶다.


나는 맑은 나의 의식으로 이 모든 요청을 하는 바이니 이런 내 요청이 존중되어 지켜지기를 바란다.


2014년 5월 5일

hanngill  봉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