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 · 나의 時論

[사설] 이청준, 큰 별이 지다

hanngill 2008. 8. 1. 17:46

    2008-07-31 10:39:01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31일 새벽 별세한 소설가 이청준(68)씨는 지난 1965년 등단한 이래 40여년 간 꾸준히 수작들을 내놓으며 한국 현대소설의 본격적인 출발점 에 한 축을 담당한 한국문단의 거목이었다. 1965년 단편 '퇴원'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한 이씨는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 2년 뒤인 1969년에는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 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등단 초기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40여년간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이어도' '천년학' '축제' '잔인한 도시' '벌레 이야기' '눈길' '선학동 나그네' 등 다양한 작품을 내놓으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인촌상, 호암 예술상 등 다수의 문학상은 그 꾸준함에 대한 댓가였다. 소록도를 무대로 진정한 이상향과 삶의 의미를 탐구한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을 비롯해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지식인들의 고뇌를 그린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과 '조율사', 한(恨)의 정서와 예술혼을 탐구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남도사람' 연작, 종교적-철학적 구원의 문제를 다룬 '낮은 데로 임하소서', '자유의 문' 등 이씨의 작품들은 사회문제에서 인간의 내면까지를 깊이 있게 다뤄왔다. 특히 이씨의 소설은 문단뿐 아니라 영화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씨의 문학을 가장 잘 이해한 영화인은 단연 임권택 감독이었다. 임 감독이 1993년 이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서편제'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담은 작품임에도 제1회 상해 국제영화제 감독,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받았고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이어 1996년작 '축제' 역시 임 감독과 이씨가 기획 단계부터 동반 창작해 화제를 모았고 2007년 발표한 임 감독의 100번째 영화 역시 이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천년학'이었다. 이외에도 정진우 감독의 '석화촌'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역시 이씨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 감독의 '밀양'도 이씨의 '벌레이야기'를 영화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폐암투병과정에서도 새 작품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 를 출간하고, 단편 '이상한 선물'을 계간 '문학의 문학' 가을호(창간호)에 기고하기도 했다.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사설] 이청준, 큰 별이 지다

        사설
        한겨레
        또 한 분의 문학적 스승이 우리 곁을 떠났다. 순교자처럼 작품에 매달려(평론가 김현) 영혼의 내시경(권오룡 한국교원대 교수)과도 같은 소설을 써 온 사람, 그의 글길은 가장 진실한 영혼의 궤적(우찬제 서강대 교수)이었다는 사람, 그래서 문인들에겐 희망이자 넘어설 수 없는 절망(이승우)이었다는 사람 이청준이다.

        그는 40년을 한 번도 곁눈질하지 않고 오로지 문학 한길만 걸어왔다. 돈도 구하지 않았고, 상도 명예도 넘보지 않았다. 덕분에 그는 인간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웃의 고통을 더 따듯하게 감싸 안았고, 공동체의 모순에 더 치열하게 천착할 수 있었다. 대하소설 하나 없이 무려 24종 25권의 전집 외에 5권의 작품집을 더 남긴 것은 그 결실이겠다.

        후배 문인들에게 그는, 삶도 문학도 모두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그만큼 그의 삶과 문학은 깊고도 넓었다. 그 깊이와 폭으로 그는 삶의 근원적인 부조리에서부터 권력의 억압과 자유, 종교적 구원에서부터 민족적 한의 정서, 지식인의 고뇌에서부터 신화적 상상력과 예술혼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영역을 종횡무진 포섭했다. 가장 빛나는 지성적 작가(우찬제 교수)이면서도, 세모시처럼 여리고 순백한 서정을 풀어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높은 품격 속에서도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주의 감독들이 그의 소설에 특히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편제> <천년학>(선학동 나그네) <밀양>(벌레이야기) <이어도> <축제> <석화촌> 등은 영화로 다시 탄생한 그의 작품이다. 이 가운데 밀양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서편제는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국제적인 공감도 얻었다.

        이제 큰 별은 졌다. 누가 감히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그가 남긴 작품으로 그 빛을 되살릴 뿐. 그의 부고를 접한 임권택 감독은 그저 ‘가슴이 아프다’ ‘아무 말도 못하겠다’며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오늘 우리도 말을 잊자. 학처럼 청산도 비껴 날아간 그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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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들의 천국’ 작가 이청준씨 타계
        한겨레
         
        » 폐암 투병 중 새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낸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사진)씨가 31일 새벽 4시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

        2006년 여름 폐암 판정을 받은 이씨는 지난 6월 중순 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고인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왔으며, 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67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69년 <매잡이>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신인상을 받으며 유망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 뒤 40여년의 문학인생 동안 대표작인 <당신들의 천국>을 비롯해 <이어도> <잔인한 도시> <낮은 데로 임하소서> <축제> 등의 중·장편과 <소문의 벽> <남도 사람> <벌레 이야기> 등의 소설집을 냈다.

        4·19 세대의 시대정신에 입각한 권력과 자유의 문제, 원초적 고향에 대한 신화적 탐구를 거쳐 늙음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생래적 문제까지 쉼없이 천착해 온 고인은 ‘근대 소설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문적인 지성을 보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특히 김수용 감독의 <병신과 머저리>에서부터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이창동 감독의 <밀양>까지 많은 영화의 영감이 됐다.

        정부는 고인이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문화예술인에게 추는 최고 권위의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남경자씨와 외동딸 은지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으며, 장례는 문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일 아침 8시, 장지는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이다. (02)3410-6914.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데뷔 1965년 사상계에 '퇴원' 당선

        학력

        구분 l 학교명
        고등학교 광주제일고등학교
        대학교 서울대학교

        경력

        년도 l 내용
        1999년 한, 일문화교류회의 위원
        1999년 순천대 인문사회과학대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
        1998년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1995 96년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 위원
        1986년-1988년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강의
        1971년-1972년 '지성' 문화담당 부장
        1968년-1969년 '아세아' 편집부 기자
        1966년-1967년 '사상계' 편집부 기자

        수상

        년도 l 내용
        2007년 제1회 제비꽃 서민 소설상
        2007년 제17회 호암상 예술상
        2004년 제36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2003년 인촌기념회 제17회 인촌상
        1998년 제1회 21세기문학상 '날개의 집'
        1994년 제2회 대산문학상
        1990년 이산문학상 '자유의 문'
        1986년 대한민국 문학상 '비화밀교'
        1980년 중앙문예대상 '살아있는 늪'
        1978년 이상문학상 '잔인한 도시'
        1975년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어도'
        1969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매잡이'
        1967년 동인문학상 '병신과 머저리'

         

        <선학동 나그네>
        <눈길>
        <잔인한 도시>
        <조만득씨>
        <병신과 머저리>
        <매잡이>
        <조율사>
        <축제>
        <서편제>
        <이어도>
        <당신들의 천국>
        <침몰선>
        <줄>
        <소문의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