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인생/Nature·Universe

서울대 물리천문학 전공 소개

hanngill 2009. 2. 10. 13:01

미시 입자에서 거대 은하에 이르는 우주 구성 천체들의 구조와 다양한 현상을 관측하고 이를 분석하여 우주의 질서와 법칙을 찾고 이해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우주 그 자체가 실험실이며, 천체가 내는 빛이 우주 탐사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동양에서는 사방상하(四方上下)를 우(宇), 고왕금래(古往今來)를 주(宙)라 하였으니, 우주란 본래 공간과 시간을 함께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천문학의 목표는 각종 천체들의 본질을 밝혀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 하겠다.

천문학과의 전공교육은 학생들이 천문학의 전 분야를 폭넓게 접하고, 이론과 실습 관측을 통해 학문적 바탕과 경험을 갖추게 한다. 특히 학생들이 관측자료의 분석 기법을 배움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창조적 인물로 성장하게 한다.

천문학의 특성

우주라는 실험실에서는 거리를 광년이라는 단위로 잰다. 실험 대상인 천체들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천문학자는 주어진 실험 대상과 조건을 뜻대로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실험을 하는 대신에 빛을 이용해 관측을 수행한다. 천문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천체 현상이 매우 느리게 변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수명이 100년을 넘지 않는데 비하여 태양의 수명은 100억 년이나 된다. 우리는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하여 인간의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으나, 태양의 진화를 연구하려고 100억 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런데 나이가 다른 여러 사람을 동시에 관찰해도 인간의 성장을 연구할 수 있다.

천문학에서도, 예를 들어, 종류가 다른 별들을 여럿 관측하여 간접적으로 별의 진화를 연구한다. 이와 같이 현재에 관측된 자료에서 대상 천체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읽어내야 하므로, 천문학자들의 분석 기법은 매우 다양하고 독창적이다. 빛은 속도가 유한하므로 아주 멀리 있는 천체, 즉 매우 어두운 천체를 관측한다면, 우주 창생의 먼 과거를 지금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형 망원경이 필요하다. 또한 지구 대기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면 대형 망원경을 대기층 바깥으로 올려 보낼 과학 위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초대형 첨단 관측 장비들은 한 나라의 경제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천문학자들은 국제 공동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와 같은 학문적 특성 때문에 천문학은 국제 협력에 있어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으며, 국적이 다른 학자들 사이에 협조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학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하늘에는 국경이 없다는 점이 천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인 셈이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석사 학위 취득 후에 천문대에서 주로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이외에도 전자통신연구소, 표준과학연구원, 시스템공학연구소, 전파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국립지리원, 원자력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 등으로의 진로가 열려 있다. 우주 개발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한국통신위성사업단 등 우주 산업 분야로의 진출이 크게 예상되고 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졸업생들의 일부는 한국천문대에서 천문학 연구에 종사하고, 일부는 박사 후 과정 연수를 위하여 해외로 나가고, 또 일부는 국내 대학에 교수로 봉직한다.

천문학은 과학 발전에 초석이 되고자 하는 많은 개인과 사회의 위대한 공헌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천문학은 인류 문화 활동의 공동 유산이다. 현대에 이르러 첨단 과학 기술이 급성장함에 따라 인류사의 시작과 함께 발전해온 천문학에도 커다란 변혁이 일고 있다. 가시광에만 의존하던 전통적 천문 관측은 적외선과 전파 영역의 새로운 창들을 열어 놓았으며, 인공위성의 출현은 자외선, X-선, 감마선 영역 등에서도 천체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이제 인간이 수천 년 동안 가져왔던 우주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주로 향하는 천문학도의 길은 21세기를 향하는 이 변혁의 시대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여러분에게 매우 의미있는 도전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