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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이씨(固城李氏) 이응태 부인이 사부곡

hanngill 2009. 11. 8. 15:36

* 눈물로 쓴 400년 전의 사부곡(思夫曲) *

지난 1998년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의 한 양반가의 오래된 묘지를 이장하던 중
무덤 안에서 조선 중기에 쓴 한 여인의 한글편지가 한 통 발견되었다.

412년이라는 세월을 넘어서 세상에 알려진 이 편지는 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 살았
던 경남 고성이씨(固城李氏) 이응태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써서 죽은 남편의 품에 넣어준 만사
(輓詞)이다.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무덤 안에는 저승 갈 때 신고 가라고 이 씨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줄기와 함께 정성껏 역은 미투리와
        남편이소중히 여겼던 아직 태어나지 않는 복 중의 아이에게 줄
        배냇저고리까지 함께 들어 있어 죽은 남편의 넋을 위로하려는

        각별했던 정성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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