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칸트 철학에서, 경험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을 본체와 본질에 관한 연구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2 헤겔 철학에서, 감각적 직관으로부터 절대적 인식에 이르는 정신의 발전 과정을 고찰하는 학문.
3 후설의 철학에서, 의식에 직접적으로 부여되는 현상의 구조를 분석하여 기술하는 학문.
의식으로 경험한 현상을 인과적으로 설명하거나 어떤 전제를 가정하지 않고 직접 기술하고 연구하는 것을 제1차적 목표로 삼는 20세기의 철학사조.
현상학이라는 말 자체는 18세기 독일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가 자신의 인식론 일부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19세기에 헤겔은 〈정신 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s〉(1807)에서 감각경험부터 '절대지'(絶對知)까지 인간 정신의 발달을 추적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현상학 사조는 20세기초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현상학은 오스트리아 태생 독일의 철학자 에트문트 후설의 슬로건인 '사상(事象) 자체로'에 동조하는 사조를 총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슬로건은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에 대한 아주 새로운 접근법, 즉 가능한 한 개념적 전제를 벗어던지고 그 현상을 충실히 기술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더욱이 현상학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경험 또는 상상으로 얻어진 구체적 사례를 머리 속에서 체계적으로 변형하면서 면밀히 연구하면 이 현상의 본질적 구조와 관계를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몇몇 현상학자들은 현상이 인간의 대상 지향적 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향성). 한편 현상의 이런 정태적 측면을 넘어 그 발생적 측면, 예컨대 어떤 책이라는 지향된 현상이 어떻게 경험 속에서 '구성'되는지를 연구하려는 현상학자들도 있다. 후설도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현상이 실재한다는 믿음을 잠정적으로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실존적 현상학은 예컨대 불안과 같은 특정 현상의 의미를 특수한 '해석학적' 현상학을 통해 탐구한다.
■ 다른 사조와의 비교
실증주의와 전통적 경험론과 비교해서 현상학은 경험의 실증적 자료를 무조건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이 자료를 감각경험에 제한하지 않고 관계·가치 등 비감각적·범주적 자료도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인 한 허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상학은 보편자를 거부하지 않는다. 현상학은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선천적 분석명제(예를 들면 '모든 물체는 연장을 가진다')와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는 후천적 종합명제(예를 들면 '내 옷은 빨갛다')를 인정할 뿐 아니라, 주어가 술어를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고 진리치가 경험에 의존하지 않으며 경험적으로 주어진 것들 사이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선천적 종합명제(예를 들면 '모든 색은 연장을 가진다')도 인정한다(→ 선험적 지식).
현상론과 달리 현상학은 우선 인식론이 아니고 현상과 실재를 엄격하게 구분하며, 현상(감각 또는 감각 가능성)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좁은 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상학의 관점에서 보면 현상론은 현상에 대한 인간 의식의 지향구조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경험을 포기하더라도 개념적 추론을 강조하는 합리론과 달리 현상학은 개념과 모든 선천적 주장이 직관에 기초하고 직관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컴의 면도날' 원리를 적용하여 직접적으로 주어진 복잡한 것 대신 단순화한 구조를 강조하는 분석철학과 달리 현상학은 주어진 것을 변형하고 재해석하는 데 반대하고 그 자체로 분석하려 한다. 언어철학처럼 현상학도 일상언어의 의미로 주어진 현상들 사이의 구분을 존중하지만 일상언어 분석이 현상을 연구하는 충분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상언어는 현상의 복잡성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는 객관화할 수 없는 것을 객관화하려 하기 때문에 현상학적 분석과 기술에 부적합하다고 보는 실존철학과 달리 현상학은 인간이 비록 조심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다룰 수 있고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설 현상학의 기원과 발달
■ 기본원리
현상학은 모든 사상가가 특정한 역사 환경 속에 빠져 있다고 강조하는 역사주의와도 구별해야 한다(→ 역사철학). 후설은 역사주의가 상대주의를 함축하기 때문에 반대했다. 그는 빌헬름 딜타이가 세계관의 여러 유형을 분류한 데 신뢰를 표현했지만 여러 유형의 세계관의 상대성에서 반드시 나오는 회의주의를 의심하고 거부했다. 역사는 사실과 관련되지만 현상학은 본질의 인식을 다룬다. 후설에게 딜타이의 세계관 이론은 진정한 과학에 필요한 엄밀성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설은 철학을 엄밀과학으로 정초해야 하고 철학자는 의식 속에서 의미의 기초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칸트에게 경험적 사실이 상대적 타당성만을 가지고 절대적 또는 필증적 타당성을 갖지 못하듯이 후설에게도 철학은 본질의 과학적 인식을 위한 것이지 사실의 과학적 인식을 위한 것은 아니다.
■ 기본방법
모든 현상학 연구의 기본 방법은 후설이 개발하고 사용한 '환원'이다. 이 방법에 따르면 세계의 존재는 괄호 안에 넣어야 한다. 현상학의 주제는 세계가 아니라 이 세계에 관한 인식이 생겨나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환원의 첫째 단계는 주어진 모든 것을 의식 속에서 의식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에서 현상으로 바꾸는 현상학적 환원이다. 후설이 직관을 중시한 까닭은 직관이 어떤 것을 물리적 현존에서 직접 파악하는 행위이고 따라서 다른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일차적으로 주어진 행위이기 때문이다. 둘째 단계는 형상적 환원이다. 의식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다양한 의식 행위의 본질, 즉 보편적·불변적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형상적 환원을 통해 우리는 사실적인 모든 것을 넘어 본질을 파악한다. 그리고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은 본질직관이다. 본질직관은 신비한 직관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다수의 변형태로 만들어보면서 이 변형 속에서도 불변하는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현상학적 환원과 형상적 환원은 심리학 영역에 머물러 있다. 환원의 마지막 완성 단계는 선험적 환원이다. 선험적 환원은 선험적 의식의 성과를 반전하는 것이다. 이 의식에서 일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사건은 시간지각이다. 후설에 따르면 현상학을 한다는 것은 모든 의미를 구성하는 기초인 선험적 자아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후설은 죽을 때까지 선험적 환원을 명료하게 밝히려고 노력했다. 그뒤 선험적 환원에 관한 이론이 전개되면서 현상학 운동은 갈라져, 이 방법을 거부하는 학파가 형성되었다(→ 선험적 관념론).
■ 기본개념
〈유럽 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현상학적 철학입문 Die Krisis der europäischen Wissenschaften und die transzendentale Phänomenologie:Eine Einleitung in die phänomenologische Philosophie〉(1936)에서 후설은 과학이 전제하는 기초를 되물음으로써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세계인 생활세계에 도달했다. 후설은 유럽의 문화와 철학의 위기를 낳은 근거를 분석하고, 그 위기의 직접적 표현이 자연과학의 대성공과 인간과학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현대 과학지식은 객관주의적·물리주의적·선험적 지식으로 분리되었다. 후설은 새로운 방식으로 과학활동을 반성하고 이 분열을 극복하는 길을 보여주려 했다. 생활세계란 모든 과학 연구에서 전제된 세계이며, 후설은 이 생활세계의 존재론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철학).
〈논리연구〉의 현상학적 연장으로서 색다른 형태의 본질현상학이 발달했다. 이 현상학의 대표자는 괴팅겐의 후설 제자들과 뮌헨의 젊은 철학자 집단이었다. 현상학 운동은 후설을 편집장으로 하는 〈철학과 현상학 연구 연보 Jahrbuch für Philosophie und phänomenologische Forschung〉(1913~30)의 발행으로 활성화되었다. 이 잡지의 서문에서 현상학은 직관과 본질직관으로의 복귀로 정의되었다. 이 잡지의 공동편집자인 알렉산더 펜더는 현상학적 심리학과 순수 논리학의 발달에 기여했으며 완성된 현상학 철학의 윤곽도 설명했다. 모리츠 가이거는 새로운 접근법을 미학에 적용했으며 아돌프 라이나흐는 법철학에 적용했다. 후설의 초기 동료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활동적인 막스 셸러는 뮌헨 집단에 가담해 가치와 의무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이 초기 현상학자들은 선험적 관념론으로 가는 후설의 길을 따르지 않았으며, 몇 사람은 실재론 노선에 따라 현상학을 발달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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